sika pfp
sika
@sika
아침이었다. 적어도 시계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창문을 열자 바람이 불어왔다. 부드러운 공기가 방 안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손을 뻗어 그 바람을 잡으려 했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공기는 형태가 없다. 하지만 존재한다. 마치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처럼. 나는 오래전부터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꿈꿔왔던 일을 이루었다. 머릿속에 그리던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되었다. 순간,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익숙한 기쁨과는 다른, 조금은 낯선 감각. 너무 벅차서, 어쩌면 나는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 reply
0 recast
1 reaction

sika pfp
sika
@sika
기쁨에 눈물이 터졌다. 그것은 억눌러도 흘러나오는 종류의 것이었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살면서 내가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자랑스럽게 여긴 순간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적은 많았지만, 그건 기쁨이라기보다 안도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코인은 그대로 있고, 세상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이 중요한가? 전혀. 나는 이미 충만하다. 모든 것이 가득 차 있다. 마치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빈 공간이 어느 날 갑자기 채워진 것처럼. 무엇이 채운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 무언가를 채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1 reply
0 recast
1 reaction

sika pfp
sika
@sika
나는 졸업을 했다. 물론 정식 졸업장은 없다. 축하해 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은 필요하지 않다. 나는 나 스스로 졸업했다고 느끼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 감정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상상할 수 없다. '이대로 내일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불행이나 좌절도 이 감정을 방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죽을 필요는 없다. 아직 마셔야 할 커피가 있고, 걸어야 할 길이 있다. 다만, 설령 모든 것이 여기서 끝난다고 해도, 나는 아무런 미련 없이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창밖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그 바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아 있는 순간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0 reply
0 recast
0 reaction